기록

벽이 다리가 될 때_어려움을 새로움으로 만드는 일

stack.er 2020. 11. 25. 15:03

 

https://www.youtube.com/watch?v=ok6NKA5Kvlk

유병욱 강사님, 내 인생의 '벽'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해야할 일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안젤라 데이비스

 

내가 가지고 있는 벽과 마주해야 할 벽

그리고 두드리면 다리가 될 수 있는 벽

 

 

유튜브를 돌려보다가 우연한(?) 알고리즘에 의해서 이끌려 듣게 된 유병욱 강사님의 '어렵고 하기 싫고 두렵고 낯선 것을 정복하는 법' 강의를 들었다. 내용은 아주 흥미로웠다. 자신이 가진 벽이 부서지면 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다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벽들에 도전해보라는 강연이었다. 유CD님이 도전한 벽은 '미술'이었다. 처음에는 불교미술의 벽을 두드렸고, 그다음은 한국미술의 벽을 두드렸다. 그리고 영국으로 2년간 유학을 떠난 유CD님은 자연스럽게 서양미술에 도전한다. 영국과 유럽의 수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의 인덱스에 나온 미술 작품들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미술에 대한 벽을 깨고 그 안의 세상을 넓혀가신 CD님이 다시 광고업으로 돌아왔을 때, 그 벽이 놀랍게도 다리가 되는 경험을 하셨다고 했다. 그림 안에서 대상들의 관계와 이야기를 읽고, 그것을 전달해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들에 대해서 인지하시고는, 자신의 본업인 광고에서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해 줄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셨다고 고백한다. 미술의 벽을 두두르지 않았다면 경험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이다. 

 

그래서 광고업을 꿈꾸는 주니어 보드에서 유CD님은 대학생들에게 '벽 과제'를 내주신다고 하셨다. '벽과제'는 벽을 고르고 한달동안 벽을 넘어뜨리는 과정을 발표한다. 누군가는 운전을 배워서 서해로 갔고, 누군가는 폴댄스를 배워서 폴댄스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어떤 벽은 마치 두드리기를 기다린 듯 다리가 되는 벽이 있고,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가지는 벽이 있다.

 

 

나에게도 마주하기 어려운 벽은 아주 많다. 그 중 언어는 나에게 오래된 벽이다. 영어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 꼭 배워야 할 언어로 어릴 때부터 to부정사, 동명사, 분사 등 한국말로 변역된 것이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영어를 학문적으로 배웠다. 하지만 왜인지 모를 강제성 때문인지 영어에 흥미는 없었다. 하지만 또 왜인지 모를 강제성으로 영어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토익, 전화영어 등으로 영어를 계속적으로 접하긴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것은 고사하고 흥미 자체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나는 2년 전 학교에서 스페인으로 단기어학연수를 떠난다. 분명 '어학연수'인데 나는 할 줄아는 스페인어는 ¡Hola!밖에 없었다. Gracias 도 파파고를 돌려서 알았으니 진짜 스페인어는 아예 몰랐다. 첫 날 도착한 홈스테이에서 스페인어로 이것저것 묻는 호스트에게 나는 내가 아는 언어의 전부인 영어로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호스트는 영어를 할 줄 몰랐고, 파파고와 같은 현대 기술이 없었다면 나는 그 집에서 물을 달라는 기본적인 말 조차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바디랭귀지를 동원해서 애를 썼겠지만 말이다.

 

공부를 하러 간 것이었기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6시간 정도를 학교에 가서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난생 처음 알아듣는 그 언어의 당혹감과 새로움은 아직도 생생하다. 스페인어를 스페인어로 배우니 정말 난감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한 2주 정도 지나고 나니 음식점에 가서 숫자로 음식 주문이 가능했고 나의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말 정도는 입에서 나왔다. 물론 가장 많이 했던 말은 muy bien 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매일 아침인사, 저녁인사를 가르쳐 주시는 호스트의 성원에 못이겨 하나둘씩 아는 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매 주말마다 팀원들과 마드리드로 나가서 맛집을 탐방하고 자라나 H&M에 가서 쇼핑도 많이 했다. 학교 자체에서 보내주는 교외 프로그램으로 학교 인근의 좋은 곳들도 많이 다녔다. 한달간의 학교 프로그램이 끝나고 가우디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감동적인 사그리아 파밀라아 성당, 구엘 공원 등을 다니며 스페인에 대한 애정은 무한히 커졌다. 하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스페인에서의 좋은 기억은 가지고 있으나 '스페인어를 한번 배워볼까?'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다 유CD님의 강연을 들었을 때, 바로 떠오른 나의 벽은 '스페인어'였다. 가우디 성당이 완공될 때, 다시 스페인에 가겠다는 약속, 그리고 언젠가는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 남미를 자유롭게 여행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스페인어에 도전해보려고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스페인어가 열어주는 새로운 세계가 나에게 어떤 것을 가져다줄지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