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영화

블레이드 러너 (1982)_기억과 감정은 인간의 것인가

stack.er 2021. 1. 23. 23:23

블레이드 러너 (1982) 원작 포스터

 

≪블레이드 러너≫

인간의 경계에 서있는 또 다른 인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기억과 감정은 인간의 것인가

 

 

블레이드 러너 1982, 원작

    1982년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는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을 원작으로 한다.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 속에서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를 독특한 세계관으로 그려낸다. 또한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많은 시각정보를 통해서 전달한다. 당시 미국 사회는 TV 매체를 통한 정보전달이 강력한 힘을 가지던 시대로 평론가들의 평가가 관객들이 영화를 판단하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그러나 미국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 자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해석의 난해함 때문에 혹평을 퍼부었다. 따라서 이 영화는 평론가는 물론이고 관객들에게도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도 실패하였다. 그랬던 이 영화가 후대 관객들에 의해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오명을 씻고 명작 고전의 반열에 오르게 된 블레이드 러너SF계의 바이블이 되었고 이후 SF계 작품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 기동대부터 워쇼스키 감독의 매트릭스까지 블레이드 러너SF계 핏줄을 이어나간 작품들이다. 명작의 재발견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많은 판본들이 해를 거듭하며 제작되었다. 제작사가 제작한 극장판’, 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한 유럽판(국제판)’, 이 영화에 대한 감독의 원래 의도를 담은 감독판’, 그 감독판을 다시 편집하여 제작된 최종판그리고 35년 만에 원작의 뒤를 잇는 블레이드 러너 2049’까지 나왔다. 또한 2019년을 배경으로 한 원작과 30년 뒤인 2049년을 배경으로 한 속편 사이, 30년의 내용을 잇기 위한 프리퀄 단편 3편도 제작되었다.

왼쪽부터 블레이드 러너, 공각 기동대, 매트릭스 포스터 

 

리플리컨트, Replicants

    ‘블레이드 러너원작의 배경은 201911LA이다. 이 시기의 지구 생태계는 급속도록 파괴되어가고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가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그래서 타이렌사는 다른 행성에서 사용될 리플리컨트를 창조한다. '블레이드 러너' 영화 안의 리플리컨트는 복제인간을 뜻한다. 그런데 이들이 만들어 낸 리플리컨트 중 넥서스 6(Nexus 6 Replicants)’는 불합리한 노예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식민 행성에서 탈출하여 지구로 잠입한다. 탈출 당시 이들은 총 6명이었지만 2명은 감전되어 죽고 결국 총 4명의 리플리컨트가 지구로 잠입한다. ‘블레이드 러너는 이들을 처리하는 명령을 받고 이들을 사살, 즉 해고(retirement)하려한다. 인간과 리플리컨트를 구분하기 위해서 블레이드 러너는 보이드-캄프 테스트를 진행한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사고력을 지녔지만 리플리컨트의 수명은 단 4년이다. 리플리컨트는 수명도 짧을뿐더러 인간이 원하는 조건대로 제작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기억을 가질 시간이 없다. 감정은 기억으로부터 비롯된다. , 기억이 없으면 감정을 가질 수 없다. 때문에 이들은 감정을 이입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바로 ‘보이드-캄트 테스트는 이런 감정을 건드리는 복잡한 질문을 함으로써 이들의 홍채의 변화를 살핀다.

 

    넥서스 6 중 한 명 레온보이드-캄프 테스트를 받던 중 자신이 리플리컨트임이 들통날까봐 검사단을 총으로 쏘고 도망쳐 나온다. 두 번째 인물 프리스는 남자들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작되었다. 어느 집 앞을 서성이던 그녀는 세비스찬의 집에 들어간다. 릭 데커드는 레온의 집에서 나온 사진을 분석하던 중 탈출한 리플리컨트가 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러다 뱀쇼를 하던 조라를 찾고 그녀를 사살, 즉 처리한다. 마지막 인물 로이배티는 타이렐 회장을 찾아가지만 수명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와 세비스찬을 잔인하게 죽인다.

 

릭 데커드와 레이첼

    기억을 이식받은 리플리컨트는 감정 능력을 배양하게 되고 더 나아가 자신을 인간이라 인식한다. , 자신이 리플리컨트라는 인지조차 불가능해진다.릭 데커드는 타이렌사에서 타이렐 회장의 조카의 기억을 이식받은 신 리플리컨트, ‘레이첼을 만난다. 자신을 리플리컨트라고 말하는 릭 데커드에게 어머니와 관련된 기억을 회상하며 자신은 리플리컨트가 아닌 인간이라 말한다. 레이첼의 눈물을 본 릭 데커드는 이후 레이첼이 인간이라고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릭 데커드가 레온으로부터 위협을 당하자 레이첼이 나타나 레온을 총으로 가격하고 릭 데커드를 구출한다. 그 후 릭 데커드와 레이첼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에 빠진다. 리플리컨트를 처리하는 블레이드 러너와 리플리컨트가 사랑하는 이야기는 일종의 역설적 상황 설정이다. 그러나 리플리컨트 또한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고 또한 감정을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리플리컨트가 감정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서두에서 말했던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서 논쟁할 만한 것들이 영화 곳곳에 존재한다. 리플리컨트(Replicants: 복제인간)를 통해 인간의 본질성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한다. ‘과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과 그렇지 않은 자를 구분하는가?’를 자꾸만 질문하고 이를 상기시킨다. 인간과 리플리컨트 간의 갈등과 그 역설이 결국 이 영화의 본질이다.

 

 

리플리컨트를 통한 시사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리플리컨트가 살기 위해 필살적으로 도망치지만 릭 데커드는 그녀에게 무자비한 총격을 가한다. 감독은 그녀가 피를 튀기며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도망치는 이 장면을 의도적으로 천천히 보여준다. 바로 인간성을 상실한 릭 데커드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인간성에 대해 고찰한다. 두 번째 장면은 리플리컨트 레온이 죽어가는 친구를 위해 릭 데커드에게 달려든다. 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친구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더 이상 인간에게 찾아볼 수 없는 감정을 레온을 통해 과연 누가 더 인간다운가?’, ‘과연 누가 더 인간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찰하게 만든다. 세 번째 장면은 모두가 명장면으로 손꼽는 로이의 마지막 장면이다. 릭 데커드는 프리스를 처리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로이에 의해서 난간에 매달리게 된다. 그런데 로이는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며 릭 데커드를 살린다. 그러면서 로이는 처참히 비를 맞으며 그 모든 기억이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라는 말과 함께 조용히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아주 오랫동안 이 장면은 보여진다. 자신이 4년밖에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인간을 살린 리프리컨트를 보면서 우리는 인간의 탐욕과 욕심에 대해 고찰한다.

릭 데커드와 로이
블레이드 러너의 영화 배경

    그 이외에도 이 영화는 다양한 것들을 시사한다. 이 영화는 배경의 명암을 통해 자본주의의 계급을 비교한다. 깨끗하고 높은 위치에 있는 상류층과 복잡하고 지저분한 배경의 하류층이 대조된다. 상류층은 타이렌사 사람들이지만 하류층은 대개 동양인과 히스패닉으로 구성된다. 또한 건물의 형태에서도 자본주의의 얼굴이 드러난다. 타이렌사가 소유하고 있는 높은 건물들은 피라미드 모양이다. 피라미드형 건물은 자본주의계의 약육강식의 피라미드형을 대표한다. , 하층민이 상류층인 그들의 높은 위치 때문에 감시와 통제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릭 데커드의 리플리컨트 논란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점은 릭 데커드가 인간이냐 리플리컨트냐이다. 릭 데커드를 연기한 해리스 포트와 작가는 릭 데커드가 인간이라는 가정 아래 연기하고 글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감독은 명쾌한 답을 주지 않아 아직까지도 그에 대한 논란은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 릭 데커드의 정체에 대한 해답을 주는 몇 가지의 장면들이 있다. 릭 데커드에게 명령을 내리는 형사 옆의 조교는 늘 말없이 종이 접기를 한다. 종이 접기에서 나타난 형태가 곧 릭 데커드를 상징한다. 하나는 형사가 릭 데커드에게 리플리컨트를 처리하라는 명령을 내리자 릭 데커드는 이를 거절하자 조교는 닭 모양을 종이 접기 한다. ‘은 멍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 역시 리플리컨트임에도 또 다른 리플리컨트를 사냥하는 그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은 겁쟁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릭 데커드를 인간이라고 가정한다면 리플리컨트를 사냥하는 인간의 두려움과 무서움을 나타낸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형사는 발기한 인간 모양의 종이를 접는다. 그를 인간이라고 가정할 때, 레이첼과 사랑에 빠진 인간이라고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그가 레이첼과 도망칠 때 유니콘을 접는다. 그가 리플리컨트라는 가정에서는 유니콘이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의 동물인 것처럼, 릭 데커드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리플리컨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유니콘이 상상의 세계로 도망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릭 데커드가 리플리컨트, 레이첼과의 현실 속에서의 도피를 의미한다.

 

 

블레이드 러너 뜻 해석

    이런 이분법적 시각 이외에도 릭 데커드가 인간도 리플리컨트도 아니라는 새로운 시각도 존재한다.블레이드 러너는 칼 끝을 달리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불안하게 그 경계에 서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그 경계를 명확히 하기 어렵다는 뜻이며 릭 데커드를 인간인지 리플리컨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것은 영화의 주제와도 연관된다.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리플리컨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간과 리플리컨트를 구분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한다. 따라서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의 주제를 릭 데커드에 함축시킨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