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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우리_그 때 그랬다면 우리는 아직도 함께일까?

스토리/영화

by stack.er 2020. 12. 2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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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우리, 포스터

 

≪먼 훗날 우리≫

우리 헤어지면 다시는 보지 말자,

그리고 그들은 다시 10년 후에 만났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면,

이언은 켈리를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에 들어온 영화 한 편을 봤다.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한지민 배우가 추천한 숨어보는 명작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어째 '조제'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영화의 밀도와 전개 방식이 2시간을 아주 꽉 채웠다. 2007년 춘절, 고향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샤오샤오는 표를 잃어버렸고 젠칭은 그런 그녀에게 표를 내밀었다. 그게 젠칭과 샤오샤오의 첫 만남이었다. 한참을 웃고 떠들며 잘 가다가 '폭설' 때문에 기차가 잠시 운행이 중단되었다. 기차 밖으로 하얗게 내리 앉은 눈을 따라서 그들은 기차에서 내려 함께 걸었다. 시끌벅쩍한 젠칭의 집과는 다르게 썰렁하게 비어있는 빈 집에서 샤오샤오는 아버지의 사진 앞에 초콜릿을 내려놨다. 그리고 둘은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베이징에서 성공하겠다는 목표 아래에 그들은 부단히 열심히도 살았다. 그녀는 꿈보다 돈을 좇았고, 그는 돈보다 꿈을 좇았다. 그러나 돈 앞에서 그의 꿈은 쉽게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친구 관계인 둘

샤오샤오의 남자 친구 조건은 3가지다. 첫째, 베이징 남자일 것, 둘째,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일 것, 셋째, 자신의 보금자리를 둘 수 있을 것. 그때, 이 세 가지 조건 중 어느 것도 젠칭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해 거쳐간 두 명의 남자 친구가 있었다. 한 명은 법 박사였지만 그녀의 학벌을 문제 삼아 부모의 반대로 헤어졌고 또 한 명은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다. 그녀의 남자 친구를 소개받은 젠칭은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다. 하늘의 별도 바다의 진주도, 널 위해서라면 다 해주는 사람이냐고.

하늘에서 별도 따 주고 바다에서 진주라도 캐다 준대?
하늘에서 뭘 해?
바다에서 뭘 캐?
널 위해서라면 뭐라도 다 해주냐고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젠칭의 집에서 샤오샤오는 같이 지냈다. 새해가 되고, 카운트다운을 외치면서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젠칭의 존재가 소중했던 샤오샤오는 그를 잃을까, 계속 친구로 지내자 요구한다. 그렇게 다시 친구관계로 돌아왔지만, 젠칭이 갑작스레 교도소에 가게 된다. 그 사이 젠칭의 존재를 크게 깨달은 그녀는 다시 연인의 관계를 제안한다. 매일같이 치여도 둘이 함께였기에 버틸 수 있었다. 택시를 타면 두 끼 정도의 돈이 날아가도, 매일 라면을 둘이 붙어먹어도, 둘이 있기에 그 세상을 버틸 수 있었다. 

그 시절, 모두 함께 나눴던 둘

하지만 그것도 잠시, 버려진 소파처럼 그들의 거리도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자꾸만 지금에 굴복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은 현실을 극복해가려는 의지조차 짓밟힌 채, 그들은 한계를 인정하며 메말라갔다. 메마름은 서로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더 이상 함께 하는 게 행복하지 않았다. 헤어지면 다시는 보지 말자던 그녀의 말을 뒤로한 채, 젠칭은 결국 떠나는 그녀를 잡지 못했다. 그가 가진 현실이 너무 비참했기에 어떤 비극이 반복될지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지하철에 오르지 않은 린젠칭

그녀가 더 이상 원했던 건 베이징 남자도 안정된 직장도 집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과 함께 해줄 사람을 원했을 것이다. 그녀는 지하철에서 자신을 잡았더라면, 아마 평생을 그와 함께 했을 거라고 고백한다. 젠칭은 그녀와 헤어지고 어떻게든 성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젠칭은 '이안과 켈리' 이야기를 바탕으로 게임 산업에 성공한다. 여기서 나오는 이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롭다. 이안은 친구 켈리가 외계인에게 납치된 거라 생각해 온 우주를 떠돌며 켈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켈리를 찾으면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 되지만, 켈리를 찾지 못했을 때는 흑백 세상으로 무너져 내린다. 켈리가 없는 그의 삶 또한 계속 '무채색'이었다. 

켈리는 이언 곁에 꼭 붙어 있어야 해 
이언이 꼭 붙잡으면 헤어질 리 없지

이언이 켈리를 끝내 못 찾으면 세상이 온통 무채색이 되지 

 

그래서 재회한 그들의 모습은 온통 흑백으로 처리된다. 젠칭의 마음을 대변하는 연출이라 인상 깊었다. 그때 젠칭은 자신의 곁에 있어주지 않은 샤오샤오를, 샤오샤오는 자신을 붙잡아주지 않은 젠칭을 원망한다. '만약' 그때 옆에 남았다면, '만약' 그때 붙잡았더라면. 우리는 어땠을까. 그 때 그랬다면 우리는 아직도 함께일까?

I miss you

아이 미스 유
나도 보고 싶었어
내 말뜻은 내가 널 놓쳤다고

 

젠칭과 샤오샤오는 인사를 하고 다시, 정식으로 헤어진다. 그러나 그 헤어짐 이후에도 이언은 켈리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서로의 앞길을 응원하며 그들의 현재는 색을 되찾는다. 다시 각자의 자리에서 굳건히 살아내기를. 그 세상이 흑백이 아니라 다채롭기를. 

색을 되찾은 현재

 

결국에는 그 사람 곁이 남지 못했고, 잡을 수 없었다.

서로가 원했던 사람이 된 조건을 충족했을 때는 과연 그 붙잡음과 남김의 결과로 딱 떨어질 수 있을까?

그 마법의 '만약(if)'이 수학적인 결괏값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지만, 분명한 건 그들의 색이 계속 무채색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색을 되찾은 것, 그것만으로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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