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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만들어내는 정체성_온전한 나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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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ck.er 2021. 1. 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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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10년 전부터 나는 한 동네에 살았다. 그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를 이 곳에서 나왔다. 그 긴 시간 동안, 나와 짧은 시간을 보낸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 앉아 있으면, 그때 그 계단에 자주 갔던 내가 떠오른다. 그곳에서 15살의 내가, 18살의 내 모습이 어렴풋이 재생된다. 언제는 마음이 들떴고, 언제는 그 마음이 가라앉아 식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그곳에 자주 앉았다. 


    그러다, 문득, 이 장소에서 떠오른 이 기억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장소에, 층층히 쌓여있을 나의 기억 그리고 다수의 기억들은 가끔 나를, 그리고 내가 모르는 다른 이들을 그때 그 시간에 데려다준다. 그리고 잠시 들어갔다 온 그 기억은 지금의 나를 살게 해주기도 한다. 그 기억을 공유한 그 사람과는 그 기억 조각 하나에 한참을 떠들기도 하고, 또 한참을 웃기도 한다. 

 

    현재의 나는 나의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막상 그 과거에 내가 실제로 그랬는지를 설명할 길은 없다. 그저 내 머릿속에만 편집적으로 남아 편의에 따라 조작된다. 다시 기억해도 좋은 기억은 더 아련하고 애틋하게 추억된다. 또 당장에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벗어나고 싶었던 상황도 지나고 보면 열정적이었던 과거로 회상할 수도 있고, 때로는 내가 잊고 싶은 과거가 선명하게 남아있기도 한다. 

 

    그런 기억이 나에게서 사라져버린다면, 과거를 품지 않은 나 또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온전히 '나'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득, 햇살 좋은 날 앉은 그 계단에서, 나는 기억이 만드는 환상적이고도 혼란스러운 생각에 빠졌다. 기억이 만들어내는 정체성에 대해서 말이다. 

    다시금. 나를 정의하는 이 미지의 영상들이, 나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의할지 상당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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