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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스토리/영화

by stack.er 2023. 5. 2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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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이상은 멀고, 벗어나고 싶은 현실은 가까웠던

시시해진 어른의 회상기

 

46세, 시시한 어른이 되고 말았다.
2015년, 41세
-도쿄는 마치 침몰 직전의 타이타닉 호 같았다. 

 

영화의 시간은 거꾸로 돌아간다. 회사 임직원의 은퇴식 행사에서 사토는 처음 본 여자와 호텔로 간다. 화려한 도시의 바깥 풍경과 다르게 사토의 눈에는 공허함만 가득하다. 갑자기 어릴 적 꿈꾸던 모습처럼 살고 있냐는 여자의 물음에 사토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리고 새벽 1시가 훌쩍 넘은 시간. 그는 페이스북에서 옛 여자친구, 카오리를 발견한다. 
 
"정말, 평범하네"
카오리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2011년, 37세 
-대지진의 여진 때문인지 나는 일에 치여 살고 있었다. 

 

유코의 어머니께 처음 인사드리는 날. 사토는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고, 심지어 약속 장소에 늦게 나타난다. 자신과 결혼할 생각은 있는 거냐며 서운함을 표하는 유코에게 사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유코는 계속 그렇게 처박혀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사토와 헤어진다.

 

2000년, 26세
-내게 IT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카마 코퍼레이션의 15주년 파티장, 사토는 이곳에서 수를 만난다. 수의 특기는 삶에 절망한 사람 찾기. 그런 수의 특기에 사토는 걸려든다. 만남을 이어가다가 수의 집에 함께 있는데, 수는 바쁘게 사토를 쫓아낸다. 사실 수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불법 성매매 업소로, 주거와 생활비를 지원받는 대신 이곳에서 불법적인 일을 받고 있었다.

 

1999년, 25세
-대예언은 빗나갔고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지만 2000년이 왔다!

 

1997년, 23세

 

자신의 취향을 공개하며 신문 광고를 보던 사토. 우연히 음악 취향이 맞는 한 아이와 펜팔을 시작한다. 어두컴컴한 자취방에서 유일하게 즐거운 기다림을 주었던 편지. 사토와 이누 캬라는 'WAVE' 봉투를 들고 만나기로 한다. 

 

 

갑자기 렌트를 했다며 같이 여행을 가자는 카오리. 일손이 부족하다며 거절하는 사토에게 카오리는 낭만을 가져보라 말한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언제 돌아올지,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그들은 시원하게 고속도로를 달린다. 

 

주야장천 야근만 하던 사토는 카오리에게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간다면 어떨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카오리는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갑자기 해외를 가면, 눈이 키워지고 인생이 달라질 것 같지 않아.
어디를 가는 것보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중요한 거야.

 

한 소설가는 한 번도 자신이 살던 곳을 벗어나본 적이 없지만, 그곳에서 은하를 그리고 상상했다고 말이다. 

 

여행을 가자는 카오리, 그런 그녀를 찍는 사토

 

 


사토는 택시를 타고 가면서 지난 자신의 과거에 머물렀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아주 잠깐 지나갔던 사람부터 아주 깊게 머물렀던 사람까지. 
 
이 영화를 보고 불과 이틀 뒤에 야근을 했다. 사실 그 전날에도 했고, 그 전주에도 했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할까, 이런 삶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었나, 그리고 언제까지 이런 지친 일상을 반복해야 하는 걸까.

주인공 사토가 계속 맴돌았다. 갑의 기분에 따라 원가의 30%를 절감해줘야 하며, 지긋지긋하게 반복적인 일만 수행해야 하는 디자이너로서의 삶. 타인의 말을 옮겨 쓰는 일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말을 내뱉을 수 없는 작가 지망생로서의 삶. 불현듯 카오리와의 일들을 소설로 옮겨 쓰다 자신 능력의 한계치를 느낄 수밖에 없는 사토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원하는 이상은 멀고, 벗어나고 싶은 현실은 가깝다. 자꾸 위로 다가갈수록 침전적으로 다시 현재에 갇혀버리고 마는 모습 말이다.

과연 '어른'이란 뭘까, 생각해 본다.

'평범하면 반은 간다'는 어른들의 말은 믿을만한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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