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PA, CHAPTER FOUR》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2000년 이후의 동시대미술을 가장 트렌디하게 접할 수 있는 전시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독일 태생의 현대사진작가로, 사진을 통해 사회의 여러 문제를 드러낸다. <1 전시실> 가장 처음 만날 수 있는 이 작품은 일단 스케일에 압도당한다. 황량한 강의 풍경을 보고 있자니, 라인강의 연작이 궁금해졌다. 불과 20여 년 전에 같은 구도로 찍은 라인강은 푸르다. (*참고로 이번 전시에는 <라인강 3>만 전시되어 있다.) 2018년 가뭄으로 강 수위가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을 때를 반영한 작품이며, 이 작품은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킨다.
현재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 작가 중 한 명인데, 사진을 편집·조작함으로서 작품의 세계를 넓혀왔다. 또한 그는 자본주의 세계 안에서 전체와 개인의 관계, 그중에서도 각 개인의 존재에 집중한다.
몽환적인 분위기에 이끌려 한참을 바라본 작품이다. 이제 막 해가 뜨는, 또는 해가 지는 구름을 표현한 듯한 이 작품은 여러 층의 경계때문에 더욱 입체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로즈마리 트로켈의 '직조 회화(knitted painting)' 작업이다. 그녀는 그간 주류로 자리 잡은 예술적 사조, 재료에 대해서 반박한다. 그래서 그녀의 표현 기법은 직조 방식인데,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들쑥날쑥한 간격이 재미있다. 작품의 틀은 부드러운 우드 프레임을 사용해 편안한 느낌을 강조한다.
'The Latest Version of the Truth'
가장 최신 버전이라고 하기에는 그림의 가운데 가장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림의 가장자리 붉은 선 위로는 'Don't battle', 'Don't bother', 'Don't believe', 'Don't buy'가 각각 쓰여있다.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종교를 둘러싼 믿음, 전쟁에 대한 비판이 아닌가 싶다.
연속된 행동을 찍은 총 12개의 사진이다. 로빈로드는 '데 스틸' 신조형주의 운동에 참여했던 네덜란드 가구 디자이너 '게리트 리트벨트' 의자를 활용한 '스톱 앤 무브 애니매이션'을 재현했다. 사진 속 움직임이 지그재그 형태를 떠올리게 한다.
자동차 매입 광고, 담뱃가게 간판과 같은 상징적인 지역의 기표들을 담았다. 작품 곳곳에 '우리는 아직 여기 있다. (We in HERE)' 등의 문장들이 그라피티 형식으로 새겨져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사라지는 사람과 동네의 흔적을 남기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인상적이었다. 왠지 어렵게만 느껴지던 현대미술이 꽤나 가까운 주제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본 작품이다. 작품의 크기도 크고, 붉은색의 강력한 핏줄이 얼굴과 몸의 형태와 대비를 이루면서 강렬하게 다가왔다. 토비 베반 작가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으로 '정신'과 '신체'에 대한 관계성을 탐구한다. 작가의 강렬한 블러드 라인(ox-blood red)은 동맥, 힘줄과 같은 신체를 연상시키며, 작가만의 고유한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여성의 나체가 다양한 각도와 형태로 그려지며 중첩된다. 왼쪽 하단에는 또 하나의 그림처럼 얼굴을 모르는 익명의 나체가 그려져 있다. 이는 마치 기존 회화에서 쉽게 소비되던 여성의 나체에 대한 비판이 아닌가 싶다.
헬렌 마틴은 2016년, 터너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의 첫인상은 '굉장히 복잡하다'였다. 금속으로 프레임이 나눠져 있긴 했지만, 그 안에서 형태와 재료가 매우 다양하게 존재했기 때문이다. 헬린 마틴은 '실세계의 경험이자 복잡한 현실은 반영한다' 며 인터뷰를 한적 있다. 그런데 그게 재밌고 즐겁게 다가왔다. 하나하나 요소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고, 각 재료를 상상해 보는 것도 즐겁다.
블랙 다다(black dada). 흑인의 정체성, 역사 등을 탐구하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문학, 철학 등의 자료를 차용하고 재조합하는 아담 펜들턴의 이론이다. <나의 구성요소들>은 투명한 마일라 필름에 검정 잉크를 사용해 실크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작품의 곳곳에 써진 'I AM NOT THE', 'BUT NOW WE', 'WHAT IS THE BLA' 등의 문구들은 어딘지 모르게 갈라진 듯한 느낌을 연출해, 그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다가왔다. 다른 색은 일절 사용하지 않은 채 오로지 블랙으로, 이미지와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색상(blue, yellow...), 'nothing'의 사전적 정의를 전시했다. blue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검은색 배경에 오로지 흰 글씨로만 색상에 대한 표현을 하고 있다. 색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기존의 시각예술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원본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진품 확인서를 소유하고 있으면 언제든 작품을 복제하고 전시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 예술에 대항하는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참신하고 놀랍다고 생각했다.
현대 미술은 동시대적 미술로서 시기상 매우 가깝지만, 개념 또는 표현이 다소 어렵게 느껴진 건 사실이다. 그래서 전시를 보기 전, '요즘 미술은 진짜 모르겠더라(정서연 저)'를 읽고 간 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복잡하게만 느껴지던 현대 미술이 범주를 가지고 있다는 건데, 예를 들면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페미니즘'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페미니즘'의 현대미술을 읽으면서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을 알게 되었다. 크루거의 시그니처인 가장자리의 빨간 선, 그리고 간결하고 직접적인 텍스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되는 여성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또한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거대한 스케일의 라인강을 제시하며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직간접적으로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는 동시대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작가들이 대다수였다. 그런 작가들의 작품을 가까이서 또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게 좋았다.
이 전시를 계기로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생겨 즐겁다. 감상할 수 있는, 또 감상해보고 싶은 미술의 범주가 확 늘어난 것 같다.
about exhibition.
《APMA, CHAPTER FOUR》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2023.05.25. - 07.30
exhibiton date. 202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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