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관점들 : 건축과 가구적 기질》
건축과 가구의 상관관계
정수진 건축가의 가구는 '집'과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가구는 건축 공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존재한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공간에서 가구의 역할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배경'과 '오브젝트'이다. 배경으로서 가구는 공간의 배경이 되고, 돋보임보다는 스며든다. 오브젝트로서의 가구는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고, 공간의 목적을 강조한다.
스튜디오 히치는 만들기(Craftmanship & Makin)를 가장 중요한 철학으로 삼고 있다. 박희찬 건축가의 인터뷰 중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더 이상 건축가들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D 프로그램을 통해서 실제와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으니 직접 무언가를 만들려는 시도가 점점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한쪽 벽면에는 스튜디오 히치에서 가구를 제작하는 과정 사진들이 붙어있다. 그리고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 테이블 위로는 작업 과정을 담은 사진첩이 있는데, 한 장 한장 넘겨보는 게 너무 재밌었다.
'가라지가게'에서는 자작나무 막대기로 만든 수납장 '빼빼장'을 판매하고 있다. 약 5평 정도의 공간에서 가구의 역할은 크다. 자고, 씻고, 먹는 등의 행위가 모두 가구를 통해서 이뤄진다. 장영철 건축가는 공간을 구성하고 성립하는 한 요소로서 가구를 인식한다.
세 명의 건축가들의 짤막한 인터뷰가 재생된다. 어떻게 가구를 제작하게 됐는지, 또 어떻게 가구가 공간과 관계를 맺는 것이 좋은지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장영철 건축가의 '빼빼 의자'에 앉아서 영상을 시청했는데, 의자가 편안하고 견고한 느낌이 들었다.
《건축가의 관점들》 전시는 '예술', '가구', '환경' 세 가지 주제로 연작 전시 된다. 건축의 범위를 확대하고 건축과의 상관관계를 조명하는 것이 그 취지이다.
「JOBS : ARCHITECTS」에서 아시자와 게이지 건축가는 건축가로서 '가구'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극단적으로 건 죄를 짓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가구와 생활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나에게 가구는 공간이 모두 세팅된 후, 부차적으로 생각해 보는 존재였다. 아시자와 게이지 건축가의 관점에서 보면 난 죄를 짓고 있는 디자이너였던 셈이다. (...?!) 그런데 이 전시를 통해서 가구가 공간에 스며드는 과정, 가구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껏 생각해보지 않은 것을 이제부터 한번 생각해 보라고 제시하는 전시가 좋은 전시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공간에서 가구가 어떤 포지션으로 있는지, 공간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 같다.
about exhibition.
《건축가의 관점들 : 건축과 가구적 기질》 Perspective of Architects : Craftsmanship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갤러리 2
2023.06.22. - 08.13
exhibition date.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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